허클베리피(박상혁, Huckleberry P) 형님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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맘에 드는 verse 를 완성한 아침.
흡족한 표정 지으며 불러봐, 다시.
매번 이 시간쯤 작업을 마치는 나를 반기는 허기.
'지갑을 어디다 놨지?'
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동전 대충 좀 모아서
주머니에다 찔러넣고 대문을 열어.
쓰레빠 질질 끌면서 집 앞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겨.
'이 시간에 먹는 밥은 아침인가?
아님 자기 전에 먹는 거니까 저녁인가?'
이런 쓸데없는 생각하면서 라면과 도시락을 봉투에다 담았어.
'대체 이놈은 직업이 뭐길래 이 시간마다 와서
맨날 똑같은 것들만 사갈까?'
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알바생.
신경 끄고 니 할 일이나 잘하셈.
한 손엔 봉투. 한 손엔 아이스크림.
'이 느낌 뭔지 알아?' 그야말로 'I'm free'.
몇 년간 '태양'이 뜨는 걸 보고 잤으니
뭐 말하자면 난 거의 빅뱅의 빠순이.
이 시간에 출근하는 친구들과는 달리
난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아 딱히.
교회가야되는 주일, 아니면 예비군.
그걸 제외하면 알람은 먼 나라 얘기일 뿐.
하고싶은것만 하며 잘 살았네.
부자까진 아니어도 먹고 살만하네.
그러니 친구들의 질투를 살만하네.
할렐루야. 모든 게 참 감사하네.
내가 삶을 살아왔다는 느낌이 아니라
'나'와 '내 삶'은 무관한듯한 느낌이야.
그 정도로 사는 것에 집중한 적 없이
그저 내키는대로 여기까지 굴러왔으니까.
헌데 나도 나이를 먹었나봐.
예전엔 안그랬는데 요즘 겁나 막.
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
고민하는 시간이 나를 우울해지게 해.
아홉수만 넘기면 끝인줄 알았더니,
오히려 서른이 되니 고민이 더 많아졌지.
몇 년 전까지만 해도 '이러다 말겠거니'
했던 것들이 이젠 내 하루를 말아먹지.
사실 작년에 비해 공연도 많아.
또 몇 년전에 비해 페이도 훨씬 많이 받아.
CD 로만 듣던 형들도 직접 만나.
그 형들이 내 이름과 Pinodyne 을 알아.
분명 누군가에게 내 삶은 부러울 법 해.
가끔 팬들이 쪽지를 통해 물어.
"어떻게 하면 형처럼 살 수 있나요?"
난 억지로 멋진 말 지어내. 낯짝 참 두껍게.
후회해본적은 없지만
항상 행복하다는 건 솔직히 거짓말.
가사가 안 나올 땐 인생 다 끝나는 느낌.
동료들의 좋은 작품은 내게 찬물을 붓지.
친구들은 이런 나를 어이없게 쳐다봐.
그건 고민도 아니라는 듯이 저마다 자랑하듯 말해.
"너보다 내가 고민 더 많아!"
위로는 커녕 되려 더 상처받아.
어릴때부터 속마음 잘 안 드러냈어.
이게 시간 지나니까 아예 성격이 됐어.
모두 내가 고민없이 사는 놈인줄 알아.
나도 니들이랑 똑같은 사람 중 하나.
이런 말은 사실 가족에겐 하기 어려워.
엄마 전화 받는게 예전보다 망설여져.
이런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낯설어서
어디다 말은 못하고 그냥 가사로 적었어.
갑자기 방금 사온 도시락이 참 초라하게 느껴져.
참 소심하지.
얼른 먹고 잠이나 자야지.
밤에 소울피쉬형 작업실 가야하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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